서론
최근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이 이미지 생성 기능까지 확대되며, 사용자들이 특정 화가의 그림체(화풍)를 그대로 적용해 그림을 만들어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이 그림체, 혹시 고흐 화풍 아니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교하게 특정 작가의 스타일을 모방할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러한 행위는 저작권에 위배되는 걸까요? 창작자의 권리는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생성형 AI가 특정 화풍을 재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이슈와 저작권 협의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그림체와 화풍: 단순한 스타일인가, 보호받을 권리인가?
AI가 만들어낸 그림에서 특정 작가의 그림체가 느껴질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거 저작권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라는 의문을 가집니다. 실제로 ‘그림체’나 ‘화풍’이 법적으로 보호되는 요소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 주제는 AI 창작물과 저작권이라는 시대적 이슈 속에서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그림체와 화풍의 개념 구분
그림체는 흔히 한 작가의 개성을 나타내는 시각적 스타일입니다. 예를 들어, 웹툰 작가 ‘기안84’의 그림체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합니다. 반면, 화풍은 특정 미술 사조나 기법을 뜻하며, 인상주의, 추상주의 같은 시대적 흐름을 포함합니다. 이처럼 그림체는 작가 개인의 창작물에 가까운 개념이고, 화풍은 보다 보편적인 표현 양식입니다.
법적으로 그림체는 보호받을 수 있을까?
한국의 저작권법은 ‘표현된 창작물’만 보호 대상으로 인정합니다. 즉, 아이디어나 스타일 자체는 보호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화풍이나 그림체 그 자체는 법적으로 저작권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특정 작가의 작품 전체가 일관된 그림체를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그림체가 독창성을 가진다면, 개별 작품을 무단으로 모방할 경우 저작권 침해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AI 그림은 어디까지 모방인가?
챗GPT 기반의 이미지 생성 도구는 학습한 수많은 그림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스타일을 ‘모사’합니다. 이때 문제는 ‘단순한 스타일模仿’인지, 아니면 창작자의 개성을 침해한 재현인지 판단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특히 현행 법률은 AI가 만든 이미지의 저작권 주체조차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경계선이 불분명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 사용자의 책임감과 윤리의식입니다. 작가의 그림체를 존중하고, 상업적 이용 전에는 협의 또는 라이선스 계약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 생성형 AI의 학습 방식과 저작권 침해 가능성
생성형 AI는 ‘배우는 기계’입니다. 인간이 만든 수많은 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을 바탕으로 스스로 패턴을 분석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죠. 그런데 이때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가 저작권이 있는 창작물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챗GPT를 비롯한 AI 이미지 생성 모델들이 그림체를 재현할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수많은 작가의 작품을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저작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핵심 지점입니다.
AI는 어떻게 그림을 학습하는가?
생성형 AI는 수천만 장의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딥러닝’ 기반 알고리즘으로 학습합니다. 이 과정에서 AI는 그림의 색감, 선, 구도, 질감 등 시각적 특징을 파악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고흐 스타일’을 학습한 AI는 뚜렷한 붓터치와 강한 색채 대비를 기억하고, 이를 새로운 이미지 생성에 적용합니다. 문제는 이 학습 과정에서 원작자의 허락이 없었다면, 불법 복제의 일환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작물 데이터 사용의 법적 문제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복제, 배포, 전송, 2차적 저작물 작성 시 원저작자의 동의를 요구합니다. AI가 저작물을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는 것도 일종의 ‘복제’로 해석될 수 있어, 이 과정이 위법인지 여부는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비영리 목적이 아닌 상업적 활용을 위한 학습의 경우, 원저작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AI 생성물은 창작인가 표절인가?
가장 복잡한 문제는 AI가 만든 결과물이 얼마나 원작을 닮았는가입니다. 단순히 스타일을 비슷하게 따라 한 수준인지, 아니면 원작자의 고유한 표현을 그대로 옮긴 수준인지에 따라 법적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른바 ‘실질적 유사성’ 기준이 적용될 수 있는데, 이는 일반 이용자가 보기에 혼동할 정도의 유사성을 뜻합니다.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이러한 ‘스타일 모방’과 ‘저작권 침해’의 경계는 점점 더 흐려지고 있습니다. 향후 법적 기준 마련과 업계의 자율규제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3. 실제 사례로 보는 저작권 논란과 판례
생성형 AI와 저작권 논란은 이제 이론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실제 사례들이 등장하며, 법정에서 AI와 창작자 간의 권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AI가 특정 그림체를 모방하는 것이 어디까지 허용되는가에 대한 기준을 조금씩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사례 1: 미드저니와 유명 일러스트 작가들의 소송
2023년, 이미지 생성 플랫폼 미드저니(Midjourney)와 AI 학습용 이미지 제공 사이트 LAION 등이 미국에서 집단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유명 일러스트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이 AI 학습에 무단으로 사용되었다고 주장한 것이죠. 특히 AI가 만든 이미지가 작가의 고유한 그림체와 매우 유사했기 때문에, “스타일도 창작물”이라는 주장이 법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소송은 AI가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용하는지가 저작권법과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사례 2: 고흐 화풍 AI 콘텐츠의 저작권 분쟁
고흐는 100년 이상 된 작가로서 그의 작품은 퍼블릭 도메인에 속하지만, AI가 고흐 화풍을 학습한 후 만든 이미지에 대해 상업적 이용을 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여전히 복잡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고흐 스타일’의 이미지를 생성해 굿즈로 판매한다면, 이는 소비자에게 오해를 줄 수 있는 상업적 유사성에 해당할 수 있고, 일부 국가는 이를 ‘퍼블릭 도메인의 상업적 재해석’ 문제로 보고 제재를 고려하기도 했습니다.
사례 3: 일본의 작가 보호 움직임
일본에서는 인기 만화작가의 그림체가 AI에 의해 모방되며, 팬과 작가 커뮤니티에서 강한 반발이 일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 문화청은 AI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에 작가의 사전 동의를 얻는 방향을 권고하고 있으며, 일부 플랫폼은 AI 학습 거부 태그(opt-out) 기능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AI 윤리와 저작권 보호를 병행하려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AI와 관련된 저작권 분쟁은 국가별로 다르게 해석되고 있으며, 아직은 명확한 판례나 기준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사례들이 축적될수록, AI와 창작자의 권리를 둘러싼 경계선도 점차 선명해질 것입니다.
4. 국내외 저작권법에서 보는 화풍의 법적 위치
‘화풍’은 미술사에서 중요한 미적 기준이자, 작가 고유의 정체성이 반영된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법의 시각에서 화풍 자체는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국내외 저작권법은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지만, 최근 AI 기술의 등장으로 화풍의 법적 지위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국 저작권법: 표현된 결과만 보호
한국의 저작권법은 창작성이 있는 ‘표현’만 보호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즉, ‘아이디어’나 ‘스타일’은 보호되지 않으며, 실제로 구현된 구체적 작품만이 저작권의 대상입니다. 따라서 고유한 화풍이나 그림체 그 자체는 보호받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다만, 특정 작가의 작품이 그 화풍에 기반하여 독창적으로 표현되었다면, 그 결과물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 저작권법: 실질적 유사성 기준
미국은 ‘실질적 유사성(substantial similarity)’이라는 개념을 통해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기존 작품과 일반 소비자의 관점에서 유사하다고 느껴질 정도라면, 저작권 침해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역시 화풍이나 스타일 자체는 아이디어의 일종으로 보아, 별도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유럽연합(EU): 창작자의 권리 우선
EU는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창작자의 권리를 보다 명확히 보호하려는 방향으로 법 체계를 개정 중입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AI가 창작자 스타일을 학습하거나 모방할 경우, 저작자 명시 및 수익 분배 같은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논의되고 있습니다. 특히 EU는 AI가 창작에 사용된 경우, 그 데이터 출처를 명확히 밝히는 것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화풍이나 그림체 자체는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그것이 구체적 표현물로 나타났을 때는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공통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만, AI가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기준도 변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5. AI 이미지 생성 시 저작권 협의가 필요한 기준
AI 이미지 생성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단어 몇 개만 입력해도 마치 유명 작가가 직접 그린 듯한 이미지가 뚝딱 만들어지죠. 하지만 이런 기술을 사용할 때 가장 민감한 부분이 바로 저작권 협의의 필요 여부입니다. 상업적 사용이냐, 단순 개인용이냐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반드시 명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비상업적 사용 vs 상업적 활용
AI로 생성한 이미지가 비상업적 목적이라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하지만 블로그 디자인, 유튜브 썸네일, 상품 포장 디자인처럼 수익을 창출하는 용도로 사용된다면, 원저작권자 또는 화풍 창작자와 협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유명 작가의 그림체를 모방한 이미지일 경우, 소비자에게 오인을 줄 가능성도 있어 법적으로 더 민감하게 다뤄집니다.
AI 플랫폼의 데이터 출처와 라이선스 확인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를 사용할 때는 해당 플랫폼이 어떤 데이터로 학습되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일부 플랫폼은 퍼블릭 도메인만 사용하거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 라이선스를 지킨 데이터만 학습한 반면, 어떤 플랫폼은 작가의 동의 없이 수집한 이미지까지 포함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사용자가 만든 이미지도 저작권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AI 플랫폼의 이용 약관과 저작권 정책을 반드시 숙지해야 합니다.
‘실질적 유사성’과 법적 판단 기준
AI로 만든 이미지가 원작자와 실질적으로 유사한지 여부는 매우 중요한 기준입니다. 그림체와 구성, 캐릭터 포즈나 배경까지 원작과 유사하다면 저작권 침해로 판단될 소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반면, 단순히 화풍만 비슷하고 창작된 요소가 독창적이라면 저작권 침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 판단은 결국 법적 해석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상업적 사용 시엔 사전 협의 또는 법적 자문이 권장됩니다.
요약하자면, AI 이미지 생성 시에는 ‘그림체 모방이 어디까지 허용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법적 기준과 플랫폼 정책, 사용 목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협의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결론
챗GPT를 포함한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우리 일상 속에 창작과 저작권 문제도 함께 녹아들고 있습니다. 특히 특정 화풍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 생성은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 법적 책임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기술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기술의 발전만큼이나 윤리적 기준과 법적 이해 역시 함께 따라가야 하겠지요.